1947년 5월 중순 어느 일요일 아침 나와 큰 가방을 실은 포드 차가 와싱턴 산 부지의 커다란 두 개의 철문 사이로 덜컹거리며 지나갔다. 나는 차를 세워 주차시켰다. 오래된 3층짜리 건물이 주변의 풍광 위로 우뚝 솟아 있었다. 나는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정면 계단을 올라 선 뒤 커다란 로비 안으로 들어갔다. 한 나이든 자매가 내게 다가오더니 용무가 무었인지 물어왔다.

  나는 대답했다. "파라마한사지께서 체류 제자로 여기서 살도록 저를 초대했습니다." 다소 놀란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건물의 저편 끝에 자리한 큰 사무실을 향해 황급히 갔다. 이윽고 아래 지하층으로부터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저는 버나드입니다. 파라마한사지로부터 당신이 올 거라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일찍 오시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네요. 아무튼 여기서 우리와 함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버나드가 내게 악수를 청했다. "저를 따라 오세요."

  버나드가 계단을 내려가며 어깨너머로 말했다. "남자들은 일층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그를 따라 층계를 내려갔다. 지하실은 창문 하나 없이 어두웠다. 홀 끝을 향해 걸어간 버나드가 꽤 큰 방의 불들을 켰다. 그곳은 커다란 식탁과 의자들이 놓인 작은 부엌이었다. 곁의 작은 방에는 욕조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보시다시피 제자 수사인 우리들은 여기서 누추하게 살고 있습니다." 버나드가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그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저를 따라 오세요." 우리는 홀을 걸어올라 외부 입구로 갔다. 그곳은 메인 빌딩 뒤편의 넓은 주차 공간을 향해 열려 있었다. 버나드는 입구 바로 안쪽의 방에서 살고 있었다. 버나드는 그곳을 지나치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방을 가리켰다.

  "자, 구경시켜 드릴 곳이 있어요. 오래된 케이블 카 건물로 가 봅시다. 아마도 당신은 그곳 룸에서 기거하게 될 거 같아요."

  케이블 카 건물은 한 때 공을 들여 지어졌다가 버려진 것이 틀림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이 두 개 있었다.

  "자, 이것이 모두 당신 것입니다. 원한다면 수리해서 사용하도록 하세요. 목수일 같은 건 해본 적 있나요?" 버나드가 물었다.

  "예, 잘합니다."

  "회반죽과 치장 벽토 일은요?"

  나는 그 두 가지 일은 자신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기꺼이 가르쳐 드리도록 하지요. 주 건물을 포함해서 이 곳 전체에 치장 벽토를 다시 발라야만 하겠어요." 버나드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 보아 하니 그 일에는 안성맞춤이겠는데요." 버나드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곧 충분히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방 하나에는 목재 벤치가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침대처럼 보였다.

  "저것은 요기 침대라고 불리는 겁니다." 버나드가 말했다. "스프링도, 매트리스도 없어요. 저 위에 담요 한 장 얹어놓고 곧게 몸을 뻗습니다. 익숙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요. 하지만 당신은 곧 적응할 거 같네요."

  나는 그 방 안에 내 가방을 놓아두고는 버나드를 계속 따라갔다.

  "이리 오세요. 우리 인쇄소를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건물의 동쪽 끝에 들어서자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들려왔다. 한 방에 들어가자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키 큰 한 젊은이가 프레스 기계 곁에 서 있었다.

  "분!" 버나드가 소음 때문에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잠깐 이리 와봐!"

  그 젊은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노먼, 다니엘 분을 만나보세요. 그는 원조 다니엘 분(미국 켄터키의 개척자)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조상으로부터 몇 세대 후손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맞지, 분?"

  "맞아요." 다니엘이 말했다.

  "자, 분,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여기 새로운 형제님이 오셨네." 버나드가 말했다. "이 형제님을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시켜 드리고 다른 모든 수사들에게도 소개시키게."

  "알았어요, 버나드. 그럴게요." 다니엘이 대답했다. "따라오세요, 노먼. 우리 여기저기 둘러보도록 하지요."

  버나드는 하던 일을 마치기 위해 어디론가 서둘러 떠났다. 다니엘 분은 텍사스 출신이었다. 그는 텍사스 특유의 느린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분은 낡은 테니스 코트를 가리켰다. 나중에 손을 봐야할 거 같았다. 다음 순간 우리는 정원 손질을 하는 한 남자와 마주쳤다.

  "이봐요, 진." 다니엘이 소리쳤다. "잠깐 이리 와봐요." 진이 작업하고 있던 화단에서 걸어나왔다. "진, 새로운 형제님 노먼 폴슨을 만나봐요. 이분은 이제 제자의 한 사람으로 우리와 함께 머물기 위해 오셨어요."

  진 호프트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진은 60이 가까웠고 약간 대머리였다. 그의 얼굴에는 진정한 미소가 함빡 피어 올랐다. 나는 진과 다니엘 모두 처음 보자마자 좋아졌다.

  분이 도로로 나왔다. "노먼, 저기 3층 동쪽 끝 창문들이 보이죠?"

  "예." 내가 대답했다.

  "저것이 파라마한사지가 거처하는 방의 창문입니다. 그는 지금 엔시니타스에 내려가 있어요. 엔시니타스는 우리 형제단 공동체가 있는 곳이죠. 아이들을 두고 있는 모든 기혼 커플들은 엔시니타스에서 살아요. 거기에는 네다섯 가족들과 새로운 형제들 몇이 같이 살고 있죠. 거기서 우리는 우리가 먹을 채소들을 모두 자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는 <어느 요기의 자서전>에서 엔시니타스의 사진들을 본 것이 떠올랐다.

  "형제님, 여기에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분이 한숨을 쉬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중노동 하는 걸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해요. 여기서 우리 모두는 삶을 주님께 바쳤어요. 남자들은 사적인 생필품 구입 명목으로 달마다 약간의 임금을 받아요. 옷은 기부를 받아요. 그러니 옷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다니엘에게 어린 시절에 본 환영에 대해 말했다. 긴 머리, 크고 검은 눈에 '악당이 아닌 바바'.

  우리는 웃었다. "당신은 수염 기른 남자들을 ‘악당 바바’라 불러요?" 분은 정말로 관심이 있는 듯이 보였다.

  "예, 그래요."

  "바바가 힌두어로 ‘아버지’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요?"

  "예." 나는 요가난다의 자서전을 통해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분과 나는 항상 영적인 형제로 남아있다. 요가난다는 언젠가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은 평생 친구가 될 거야."

  요가난다에게는 젊은 남자 수사들이 거의 없었다. 약 12명가량의 나이든 남자들과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 남자들은 거의 없었다. 당시 요가는 서구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대체로 우리 세대의 젊은 사람들은 자아수련을 통해 신을 발견하는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그런 것에 흥미조차 갖지 않았다. 하물며 금욕을 통한 구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음, 노먼, 파라마한사지는 업무 관계를 제외하고 우리가 수녀 자매님들과 얘기하는 것을 금하고 있어요. 여기 있는 우리들은 독신 수사들이에요. 사적인 정분을 나누어서는 안 돼요. 또 우리는 일 관계를 제외하고 수도원을 떠나서는 안 돼요."

  나는 이곳의 삶이 지극히 엄격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간단한 쇼핑을 위해 버나드가 우리를 시내로 데리고 갔다. 나는 그런 규칙들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만일 요가난다가 그런 방식을 원한다면 그가 정해놓은 규칙들을 엄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모든 아버지들의 아버지, 모든 어머니들의 어머니, 즉 신을 알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왔던 것이다. 그것이 여기에 온 나의 목적의 전부였다. 나의 목적은 신을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유년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다.

  나는 일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낡은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를 좋아했다. 나는 케이블카 건물 수리 작업을 시작했다. 창문과 문을 다시 세팅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새로운 치장 벽토 작업을 준비했다. 버나드가 와서 흙받기와 흙손 사용법, 시멘트 섞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처음에는 서툴렀다. 하지만 곧 손에 익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작업을 마쳤다. 주 건물과 매치시키기 위해 흰색 옷을 입혔다.

  2주가 흘렀다. 언제 요가난다를 보게 되지? 나는 그와 만나기를 갈망했다. 지금까지 버나드가 내게 홍소Hong-Sau라 불리는 간단한 명상 행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나는 크리야 명상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것이 보다 빠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밤 8시 경이었다. 분이 내 방에 찾아왔다. "노먼, 파라마한사지 차가 방금 들어왔어. 그는 3층으로 올라갔어. 네가 올라오기를 바라셔."

 

  마침내 2주의 기다림 끝에 나는 그와 만나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나는 로비로 가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3층에 이르렀을 때 한 젊은 자매가 나의 용무를 물었다.

  "요가난다 님이 불러서 왔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왔어요."

  그녀가 홀의 동쪽 끝으로 걸어가더니 다른 자매에게 속삭였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돌아와 말했다. "따라 오세요."

  나는 거실로 들어갔다. 거기에 요가난다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잘 지내고 있나, 빅 보이Big Boy?"

  그가 물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낡은 케이블카 집을 새로 수선했다고 말했다.

  그가 아주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와 같이 명상하라고 신이 내게 말씀하셨어. 거기 앉아." 내가 앉자 그가 등을 껐다. "이제부터 조용히 반복해. '아버지, 아버지, 당신을 내게 나타내소서'라고. 버나드가 영안靈眼에 대해 가르쳐 주던가?"

  "예, 선생님. 제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좋아. 정신을 미간에 집중해. 그리고 조용히 반복해. '아버지, 아버지, 제게 당신을 나타내소서.'"

  나는 눈을 감고 반복하기 시작했다. 어려웠지만 나는 눈을 일점에 고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언구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흘렀다.

  갑자기 나의 내적인 시야 앞에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두운 극장 안의 무대처럼 푸른 안개가 점점 밝아왔다. 각광처럼 보였다. 이전까지 캄캄한 어둠이던 곳에서 빛이 보였다. 확장해 퍼져가는 빛에 의식을 집중했다. 나의 부름은 신께로 향했다. 신의 존재가 감지되었다.

  하나의 링이 지극히 밝은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불덩어리들이 내 앞에서 실제로 불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황금빛 유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황금빛 불의 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불꽃이 아니라 불과 같았다. 그것은 내면의 원천으로부터 밖으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석탄 같았다.

  여기 내 앞, 내적인 공간의 극장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링이 떠다녔다. 나의 의식이 이 링의 중심에 고정되었다. 그 링은 터널처럼 저 멀리 오팔 빛 청색 안개 속으로 확장돼 갔다. 나는 터널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저 멀리서 휘황찬란한 백색 빛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나는 이 빛을 알고 있었다!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기억이 떠올랐다. "이것은 너의 천상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다. 네가 찾는 것은 이제 네 앞에 있다. 그것은 너의 신성한 원천, 창조의 최초 빛,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 빛이 나를 손짓해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빛이 자기를 향해 나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황금빛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외부에서 소음 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요가난다가 등을 켰다. 그리고 내가 본 것에 대해 물었다. 나는 눈을 뜨고 나의 체험을 설명했다.

  "아주 좋아. 이제 돌아가서 같은 방식으로 홀로 명상해. 너는 영안 속에서 그 빛을 꿰뚫어야만 해. 만일 성공한다면 그때 너는 신과 영원히 함께 하게 될 거야."

  그가 내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그가 팔을 뻗더니 내 이마에 손을 댔다.

  "신은 너를 무척 사랑하고 계셔. 너는 이 삶에서 타인들을 돕는 큰 사역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신중해야만 해. 자, 그만 가. 내가 너와 항상 함께 있다는 걸 알길 바래."

  나는 일어서서 방을 나왔다. 방금 일어난 일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List.nhn?blogId=eyeinhand&categoryNo=10

Posted by 짜노
,